컴퓨터는 계산기로부터 그 시작을 찾을 수 있는데 단순한 컴퓨터는 사람이 명령하는 것만 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컴퓨터가 자체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인공지능이라는 분야까지 발전을 할 수 있었는데 이런 인공지능 말고 다른 방향에서 발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신경컴퓨터연구센터에서는 무슨 일이
‘안녕하세요?’하고 정문 옆에 부착된 이상한 장치에서 딱딱한 기계 음성이 들려오면서 함께 부착된 카메라가 나를 향해 기분 나쁘게 렌즈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한다. 한참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아! 장 xx 씨 군요.’라는 음성과 함께 사인을 부탁한다. 몇 초가 지나 ‘베풀 장(張)에… 네, 데이터베이스를 체크해보니 손님 목록에 들어있군요. 어서 오십시오.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자동으로 문이 열린다. 독자 여러분들은 기자가 공상과학 소설이나 007 영화를 너무 많이 본 것이 아닌가 의심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와 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과연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들을 컴퓨터로 흉내 낼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으로 비롯된 신경 회로망에 대한 연구는 컴퓨터가 개발된 194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그 당시에 연구된 자료는 하드웨어적인 체계와 이들을 뒷받침해 줄 소프트웨어가 전무하였으므로 이론을 세우는 것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반도체 기술과 더불어 모든 과학이 발전을 거듭함에 따라 현재도 미래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되고 있고,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이론들이 점차 구체적인 체계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의 발달 과정에서 나타난 기존 컴퓨터의 문제점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폰 노이만 방식이라고 부름)는 0과 1이라는 두 가지 수치만을 처리한다. 이러한 디지털 데이터는 인간의 뇌에서 이루어지는 과정과는 판이하게 다르므로 완전한 데이터에 의해서만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만약 이들 데이터에 정확하지 않은 수치가 하나라도 포함되어 있다면 그 결과는 원래 요구했던 것과는 큰 차이를 나타나게 된다. 또 이 컴퓨터는 약속된 프로그램에 의해 처리하므로 모든 것을 사람이 정해 준 기준에 따라서 수행하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여러 각도에서 인공지능이라고 하는 소프트웨어적인 편법을 사용한 연구가 시도되었으나 이것 역시 체계적이지 못하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는 문제에 부딪히면서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두뇌를 흉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하드웨어의 뒷받침이 있어야 했다.
신경 회로망을 VLSI로 접근
인간의 생각과 유사한 컴퓨터의 개발은 기존의 연구방법, 즉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이나 폰 노이만(Von Neumann) 형 컴퓨터로는 실현이 불가능하므로 현재의 하드웨어 개념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하드웨어로 구현해야 한다. 인간의 두뇌는 약 100억~150억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세포들은 다시 약 1만 개의 서로 다른 세포들과 연결되어 있다. 지금까지 이와 관련된 주제를 연구 발표한 약 50여 종의 신경 회로 모델들 중에서 호프필드 교수의 모델 1이 인간 두뇌의 연산 기억 처리 방식과 비슷하며 이들을 아날로그 회로와 VLSI 기술로 구현하기 쉽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인간의 두뇌를 하드웨어적으로 구현한 것이 바로 뉴럴 칩(Neural chip)인데 지금까지 연구되고 있는 신경회로 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하나는 인간 뇌의 기능을 최대로 본 딴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눈의 기능을 흉내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개발된다면 음성을 인식하거나 문자 및 패턴 인식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다. 한편 뉴럴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신경회로 모델들을 VLSI로 구현하여 실제 응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연구는 이미 1984년부터 일본 소피아 대학 전기전자공학과에서 VTL(Variable Threshold Logic)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회로를 연구해왔으며 이 칩을 실제로 팩스 및 디지털 이미지 프로세싱에 응용하고 있다.
경북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도 1984년부터 일본 소피아대학과 긴밀히 연구 교류를 하여 1986년부터 본격적으로 신경회로망의 VLSI구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문자 인식용 및 고속 산술 연산용의 뉴럴 칩을 50여 종 설계하였으며 삼성전자와 산학협동 연구로 1989년 2월부터 뉴럴 회로를 사용한 글자 인식용 칩 개발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편 신경 컴퓨터 연구 센터에서는 지난해 8월 이틀간에 걸쳐 신경 회로망과 집적회로 구현이라는 주제 하에 제1회 한일 공동 세미나를 경북대에서 개최하였으며 지난 2월 23일부터 6일간 일본 상지대학교에서 제2회 한일 공동 세미나가 열려 상호 연구 발표 및 정보교환의 장을 마련하였다. 또 한국과 일본과 프랑스 3개국의 공동세미나를 구상 중에 있어 이 분야에서는 가히 국내 최고임을 자부하고 있다. 특히 연구된 결과와 세미나에서 교환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처럼 문자나 물체를 인식한다든가 음성을 인식할 수 있는 ASIC칩을 설계 및 제작하여 맹인 독서 시스템 및 인공지능 로봇 및 HDTV와 차세대 팩스(FAX) 등에 응용될 수 있는 신경 컴퓨터 개발에 주력할 예정이다.
지금 시대의 인공지능은 평범한 기술이 되어가고 있지만 당시에 다른 접근으로 자동 컴퓨팅을 연구했다고 하니 신기한 생각이 듭니다. 이런 신경 회로망 연구는 컴퓨터 환경 뿐만 아니라 뇌 과학 연구 분야로 진화했을 것이고 우리의 가장 중요한 뇌 과학의 기초가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 컴퓨터 연구는 인공지능이 장악했다고 볼 수도 있는데 신경 과학의 연구는 다른 분야로 더 발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