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컴이 해를 거듭하면서 우리나라의 컴퓨터 산업도 점점 발전해갔고 그리고 독자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도 좋아졌습니다. 그러면서 마이컴의 연재 기사들도 변화가 있었고 오늘은 그런 91년 컴퓨터 시장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기사가 담긴 마이컴 91년 1월호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에서 개발한 K-DOS
2년만의 각고 끝에 드디어 한국형 PC OS인 K-DOS가 출현하였다. 한국형 PC OS는 그동안 무조건적으로 외국기술을 쫓는 국내 컴퓨터산업을 국산화하기 위해 연구개발된 첫 작품이다. 특정연구개발사업의 하나로 2년 동안 13억원을 투자하여 금성소프트웨어와 상운 그리고 한국정보시스템 등 3개업체가 공동연구한 K-DOS는 지난 달 말 상공부와 전기통신공사와 교육개발원 등의 정부관련 기관을 상대로 시연을 거쳐 이 달부터 업체들을 상대로 본격 보급에 들어갔다. 한국적인 컴퓨터 사용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한국인의 손으로 만들어진 K-DOS의 특징은 우선 영어로 된 명령어를 한글화 한 일이다. 컴퓨터 교육이 본격 실시되면서 어린 국민학생까지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자 원래의 컴퓨터 교육은 차치하고 영어로 된 명령어 익히기에도 힘들게 되었다. 또 외국문화를 그대로 답습함으로써 민족의 주체성 말살이라는 민족성 문제까지 대두되어 컴퓨터와 한글의 접목은 시급하면서도 항상 남겨진 숙제였다.
이번 K-DOS에서 이룩한 명령어의 한글화는 계속될 컴퓨터 한국화 발전에 큰 밑거름이 되었다. 하지만 이 한글화 작업에서 얼마나 선진기술을 수용하였는지 아직은 미지수이며 이것이 K-DOS의 보급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컴퓨터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K-DOS의 또다른 특징이라면 MS-DOS와의 완전 호환성이다. 국내의 MS-DOS 사용률은 컴퓨터사용자의 95% 이상이다. 따라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지닌 K-DOS라 해도 기존의 사용자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들을 고려한다면 MS-DOS와의 호환은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기업들의 비용 절약에도 도움
현재 MS-DOS의 사용으로 업체들은 한 카피 당 1만원 이상을 로열티로 지불하고 있다. 따라서 약 60만대 보급이 이루어진 올해는 적어도 60억원에 이르는 로열티를 마이크로소프트 사에 고스란히 넘겨주게 된다. 이에 따라 경제적인 손실은 물론이려니와 선택의 여지없이 획일적으로 사용되는 MS-DOS로 어플리케이션을 비롯한 각종 소프트웨어들은 MS-DOS라는 환경에 예속될 수 밖에 없었다.
K-DOS의 개발을 이끌었던 컴퓨터연구조합연구의 현호중 사무국장은 “K-DOS가 개발되었다는 것도 획기적인 일이지만 앞으로 많이 보급될 수 있는가가 개발만큼 중요합니다. K-DOS는 직접 사용자와는 관계가 없으므로 성공여부는 컴퓨터를 보급하는 업체에서 얼마나 이를 채택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라며 K-DOS의 원만한 보급을 위해 1차적으로 이달 말 전기통신공사에서 실시하는 내년도 납품 교육용 PC 인증시험에 희망업체들이 K-DOS를 채택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이제 시작하는 한국 소프트웨어
국내 컴퓨터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한국형 PC OS는 이제부터이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소용없듯이 소프트웨어를 운영하는 OS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서로 격려하고 다듬어야 할 때이다. 고유의 컴퓨터 환경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도 연간 PC보급이 60만대를 넘은 지 10년이 훨씬 지나서야 겨우 자국에 맞는 컴퓨터 환경을 조성했듯이 불과 1~2년 사이에 성숙된 환경기반을 바라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 비록 K-DOS를 처음 계획할 때 참여한 15개 업체가 결국 3개 업체로 줄어들었지만 한국 고유의 컴퓨터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93년까지 어플리케이션 개발 툴이나 386 혹은 486 PC에 운용될 멀티유저와 멀티태스킹과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 및 네트워크 기능 등을 보강할 예정이다. 하지만 K-DOS 관계자들도 무조건 우리가 만든 K-DOS를 사용하자는 단순한 애국심 논리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삼는 업체나 첨단 기술을 우선하는 컴퓨터분야에 끼워 맞추기에는 너무 거리감이 있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나와있듯이 모든 것을 K화 하려는 우리나라 특성 상 완전치 못한 연구개발로 인해 애꿎은 공공기관들만 손해를 보는 경우가 지금까지 많이 있어왔습니다. 우리나라 OS를 개발하려는 능력은 이 시대를 넘어 현재 삼성에서도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보급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개발하려는 노력을 통해 언젠가는 우리도 성공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