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 많이 보편화되어있고 일상화되어있습니다. UCC라고 불리는 개인들이 만드는 영상이 손쉽게 제작되고 보급되어 산업화가 일어난 것이 방송에서의 디지털 혁명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사실 방송이 이렇게 보편화되기 전에는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었습니다. 이런 전문적인 영역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고 하드웨어가 업그레이드되면서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이 전국적인 행사
골목 어귀에서 노는 많은 아이들이 있다. 때마침 한 친구가 오는 것을 보고 하는 말은 이 밤의 주인공 탱자님이 나오십니다였다. 발을 구르며 깔깔거리고 웃는 해맑은 웃음 속에는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유행어가 자주 등장한다. 또 교실에서도 선생님의 말씀 끝에 “뻥이야”라고 일침을 가했다는 학생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이 TV라는 방송매체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것으로 일순간에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방송의 영향은 감히 그 어느 것도 따라올 수 없다. 우리들은 신문을 비롯하여 하루동안 많은 매체를 접하고 있지만 TV나 라디오에 상대적으로 많이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방송매체에서 실시 한 조사에서 TV나 라디오를 자신도 모르게 하루 평균 3시간을 시청한다고 밝혀진 것을 굳이 들먹일 필요 없이 그만큼 우리는 방송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방송은 우리에게 좋은 점 나쁜 점을 가르쳐준다기보다는 우리들이 실생활에 겪지 못하는 부분들을 경험하게 해 줌으로써 단편적인 생활에 파묻힌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또 생활의 모습들을 재조명하고 이를 전국적으로 방송하여 모든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하는데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 방송이 시작된 것은 1927년부터인데 이 당시는 개인이 소유한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몇 가지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1959년까지 그 상태로 쭉 이어졌다. 그로부터 다시 1980년 까지는 흑백시대로 KBS와 MBC와 TBC 등 상업 방송국이 생겨나게 되었다. 1980년 12월 22일 이 날은 방송의 일대 혁명이 라 말할 수 있는 칼라화가 시작된 날이다. 이 당시 방송국은 정부의 국가 언론 통폐합에 따라 TBC가 KBS에 합병됨으로써 KBS와 MBC 양립 체제로 전환되었다. 모든 일에 어려움이 따르듯이 방송도 꽤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어렵게 만들어진다. 우리가 보는 30분짜리 쇼나 1시간짜리 드라마를 위해 방송인들 우리가 생각하는 서너 배 이상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시청자들의 보는 눈이 고급스러워진데 따른 기대치의 상승에도 그 원인이 있겠으나 더욱 큰 원인은 방송 작업이라는 것이 단순히 방송국 내의 일이 아니라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지는 전국적인 일종의 행사이기 때문이다.
칼라화 시대와 함께 바빠진 컴퓨터 그래픽
방송의 가장 핵심적인 일은 어떤 프로그램을 방송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기획이다. 하지만 방송할 프로그램을 어떤 기술로 제작하고 멋지게 포장하여 안방으로 보내는가 하는 일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칼라화가 되면서 이 제작 과정은 더욱 복잡해지고 고난도의 기술을 요구하게 되어 이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컴퓨터를 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하고 싶어 하는 컴퓨터그래픽 이 방송의 감초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빙글 돌아가다 멈추는 뉴스 타이틀이나 퀴즈 아카데미에서 중간중간 보여주는 자료 그림들이나 선거나 입시철의 통계분식 등 시각적인 효과뿐만 아니라 일기 예보 혹은 애니메이션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그래픽의 사용은 폭넓다. 그래서 아마 방송국에서 컴퓨터가 활용되는 현장을 찾을 때 항상 컴퓨터그래픽 이 눈에 띄는 것이다. MBC의 컴퓨터 그래픽실에서는 문자를 발생시기는 CG-800과 PARAGON 혹은 AURORA-125나 PAlNT-BOX와 3D 그래픽용 CBG-II 혹은 FGS4500 듬 다양한 기기들이 많다. 보통 퀴즈 프로그램 등에서 사용하는 문제 출제라든가 뉴스의 자막처리 등에 사용되는 CG-800 등 그래픽 문자 발생기는 한글은 물론 한자나 알파벳 혹은 숫자나 특수문자까지 포함된 기다란 문자판이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이를 연필과 같이 생긴 펜으로 터치하면 바로 화면에 입력되어 수동으로 칠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타를 줄일 수 있다. 또 이 문자판에는 MBC 마크나 각 프로그램 고유의 캐릭터를 입력시켜 놓아 사용할 때마다 다시 그리는 번거로움을 줄여주고 있다. 특히 MBC 기술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PARAGON이나 AURORA-125는 다른 문자발생기 보다 한층 기능이 향상되고 해상도가 뛰어나며 용량이 크고 처리속도가 빠른 새로운 문자발생기이다. PARAGON은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개발된 것으로 올림픽 기간 동안 MBC에서 담당한 7개 경기 종목과 2개의 시범종목의 국제신호 제작에 사용되어 전 세계 방송사로부터 그 기술의 우수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시청자들이 TV를 사청 하면서 보는 문자들이 모두 이 기기들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도 된다.
또한 다양한 예술적 영상을 제공하는 퀜텔(Quentel) 사의 PAINT-BOX와 최근에 보치(Bosch)사에서 도입한 3차원 그래픽 용 BTS-FG5-4500은 TV에서 컴퓨터그래픽을 제외시킨 다면 그 여백은 마무리 페인트칠을 하지 않은 신축아파트의 삭막한 모습일 것이다라는 컴퓨터그래픽실 관계자의 말처럼 그 중요도는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다. 시청자들이 볼 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한 문자나 한 컷을 위해 하루 5 교대 24시간을 근무하는 이곳 컴퓨터그래픽실은 프로그램을 한층 빛나게 하는 숨은 공로자임에 틀림없다.
컴퓨터와 연결된 문자판을 터치하면 입력
Q사인 하나로 하루 방송이 진행된다. 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방송되기 위해서는 맨 먼저 기획을 하여 어떤 성격의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때 드라마를 만든다면 현대물인지 역사물인지 또 현대물일 경우에는 어떤 내용을 누가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결정되면 연습을 거쳐 부분별로 촬영을 하게 되는데 조각조각 찍은 것들을 하나로 편집하면 드디어 방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작된 프로그램은 주조정실에서 방송 시간표에 맞춰 남산에 있는 송신소로 전파를 발사하고 시청자들은 안방에 앉아서 송신소에서 보내는 전파를 받아 전국이 동시에 똑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되는 것이다. TV에서는 별로 느낄 수가 없지만 라디오를 듣다 보면 한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DJ가 채 말을 맺기도 전에 시간을 알리는 시보나 CM송에 묻혀 애매하게 끝나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개 이런 경우 시청자들은 이런 것 하나도 제대로 못해라면서 엉성한 끝맺음을 못마땅해하지만 이것이 컴퓨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시청자는 드물 것이다. 현재 TV는 아침 5시부터 밤 12시까지 라디오는 다음날 2시까지 방송되고 있다. 이 동안 수십 가지의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이것들을 시간표대로 일일이 조종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예전에 사람이 일일이 시간표에 맞게 프로그램을 송출(방송국에서 송신소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내보내는 일)하던 일을 이제는 컴퓨터가 하게 되었다. 자동송출이라 하는 이 시스템은 일주일 단위로 편성된 방송 시간표에 맞게 프로그램을 자동으로 컴퓨터가 송출시키는 것이다. 이 시스템에는 미리 녹화한 프로그램을 담은 비디오테이프와 생방송을 하는 스튜디오가 동시에 연결되어 있다. 예를 들어 화요일 방송의 경우 최장수 프로그램인 전원일기가 방송되는 8시에는 컴퓨터가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송출하고 이것이 끝나는 9시에는 뉴스 데스크가 생방송되는 보도국 부조종실을 연결하여 이를 송출하는 것이다. 또 중간에 광고가 나가야 한다면 걸이 놓은 광고테이프를 Play 시킨다. 이 것을 APC(Auto Program Control) 시스템이라고 한다. 83년에 구축된 이 시스템은 Wicat 155 기종을 메인 컴퓨터로 하여 최대 12개의 테이프 걸이가 있으며 생방송 사의 각 부조정실을 연결하는 2대의 switcher가 있다. 따라서 예전에 땀을 흘리며 테이프를 걸고 방송 송출 키를 누르던 정신없던 주조정실의 모습이 이제는 녹화된 프로그램을 비디오테이프 걸이에 제대로 걸어 놓고 방송이 잘되는 가만 확인하민 되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나 컴퓨터를 이용하였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자동으로 척척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주조정실에서 APC를 담당하고 있는 김희영 씨는 “방송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속보를 내기 나 뜻하지 않는 일로 변경된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는 APC시스템을 수동모드로 바꾸어 송출시키는데 예를 들어 지난번 열차 사고가 났을 때 방송된 속보는 현장 사진과 짤막한 내용을 담아 급히 편집한 것으로 수동으로 송출시킨 것입니다. 또 변경된 프로그램을 방송할 경우는 앞뒤 프로그램 시간을 잘 맞춰 끼워놓고 이 방송이 끝난 후에는 다시 자동으로 송출되도록 합니다라며 컴퓨터는 사람이 하는 일을 덜어주는 것이지 결코 모든 것을 책임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또 중앙 방송국의 자동송출은 일주일 시간표를 각 지방 방송국에 보내어 지침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간중간 지방 프로그램을 방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방송뿐만이 아니지만 우리 삶에 있어서 컴퓨터의 발전이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산업에서 아주 큰 영향을 미쳤고 그 모든 것이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