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한국 컴퓨터 시장은 빈약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충분한 산업적인 인프라가 보장되지도 못했던 시점에 컴퓨터 교육을 받을만한 환경도 안되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불모지에서도 컴퓨터에 관심을 가지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자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 IT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력난에 허덕이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PC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가 점차 활발히 보급되는 것과는 반대로 그에 따른 게임 S/W 개발은 좀처럼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다. MSX나 AppIe 등 8비트 PC가 판들 치던 시절에 몇몇 사람들이 게임을 만들곤 하였지만 커다란 빛을 보지 못했으며 교육용 PC가 16비트로 돌아섰고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가 판을 치는 이 시점에서도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은 아직도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열악한 국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시장에서 꾸준히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사람으로서는 1987년 형제의 모험을 비롯하여 용의 전설이나 슈퍼보이 1과 2 등을 개발한 김을석 씨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학생의 신분으로 대마성 및 더블드라곤을 개발한 이규환 씨나 이상헌 씨나 대학 재학 시 친구 및 동생과 함께 뉴 버블보블을 개발한 정찬용 씨가 있다. 친구인 노후열이나 임규형과 함께 우주전사 둘리를 개발한 채덕영 씨나 정경택 씨도 그렇고 김광래 씨와 함께 꾀돌이를 개발한 장창수 씨도 있다. 그리고 혹성대탈출 및 미래소년 코난이나 풍류협객 개발에 참여한 두진 씨도 있고 SKC와 아프로만이 공동 주최한 소프트웨어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미스 애플의 주인공 서보람 씨와 전형근 씨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별다른 빛을 보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기곤 했다. 이처럼 국산 게임 소프트웨어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대우전자의 강병균 대리는 이렇게 말한다.
“우선 인원과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분야별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요. 특히 외국에 비해 기획력이 가장 뒤떨어진다고 할 수 있어요. 현재 게임용 소프트웨어분야는 교육용 소프트웨어분야와 함께 가장 유망한 분야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희 대기업과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기동력에 문제가 따르기 마련이죠. 그래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중소기업은 개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게임에 대한 선입관이 있어 우수한 엔지니어를 확보하는데 애를 먹고 있어요. 고급 엔지니어들은 MS DOS나 UNIX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라고 한다.
이러한 지적은 다우기술의 김영훈 차장 역시 마찬가지여서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게임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0퍼센트에 달하는 등 엄청난 숫자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우수한 엔지니어의 부족으로 인해 탐구성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고 하였다. 다우기술이 게임시장에 뛰어든 것은 대우전자메서 MSX게임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 다우정보시스템에서는 일본 코나미와 계약을 체결하고 MSX 2 및 재믹스 슈퍼 V용 게임인 쿼드를 한국 버전 사각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수입하여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우정보시스템은 대외에도 아스키나 타이토 혹은 포니나 컴파일 등과도 계약을 체결하여 비디오 게임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삼성전자에서는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세가 엔터프라이즈에 기술진을 연수시키기도 하는데 작년에는 1개월이었지만 올해는 3개월의 기간으로 기술진을 파견하기도 하였다.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기간과 자체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계획에 대해 임창선 대리는 백지상태에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려면 10개월이나 1년 정도 걸리며 툴이나 노하우가 있을 경우에는 4개월에서 6개월이면 된다며 이때 소요되는 비용은 약 3천만 원에서 4천만 원 정도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삼성전자 회사에서는 현재 금년 말을 목표로 슈퍼 겜보이용 퍼즐게임을 개발 중에 있으며 후년쯤에는 일본으로 역 수출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게임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개발할 뜻을 밝혔다.
수입 게임 소프트웨어의 문제점
현재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게임 소프트웨어는 절대다수가 일본이나 미국 등지에서 수입되는 것으로 그중에는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한 게임이 섞여서 들어오는 것도 사실이다. 즉 포르노와 비슷한 외설 게임 소프트웨어가 바로 그것으로 IBM PC 호환 용의 경우 스트립 포커나 벤터풀드 스퀘어스 등이 바로 그것이며 도형게임으로 유명한 테트리스의 경우 배경그림들 외설그림으로 바꾸기도 하였다. MSX의 경우는 핑크삭스나 피취업 등이 외설 게임 소프트웨어에 속하는데 소프트웨어 하우스에서는 물론 18세 이상 성인에게만 카피를 해 준다고 한다. 하지만 핑크삭스는 카피프로그램인 천하무적으로 카피가 가능하며 피치업은 아예 파일카피가 가능하여 손쉽게 번지기 십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외설 게임 소프트웨어를 수입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외설 게임 소프트웨어가 성인용이라는 이름아래 버젓이 광고된다는 점이다. 문제의 피취업과 핑크삭스를 카피하러 왔다는 금오공대생과 고려대학생은 학교 선배의 부탁을 받고 왔다고 하며 외설 게임 소프트웨어가 어떤 것인지 궁금도 하다고 정보는 주로 친구나 외지 또는 국내 전문지의 광고를 통해 얻는다고 말해 무분별한 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의 경우 패밀리 계열의 8비트에서부터 슈퍼 겜보이와 같은 16비트로 발전했는데 이러한 발전은 곧 기술의 발전을 의미한다. 즉 CPU21 고속화에 메모리의 확대와 고도로 정밀한 액정 디스플레이 등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이다.
가정용 비디오 게임의 미래
그렇다면 가정용 비디오 게임은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답으로 CD I를 들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게임에 있어서 프로그램을 기록하는 소프트웨어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왜냐하면 용량이나 속도 혹은 편리성 그리고 생산비용이 게임내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현재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소프트웨어의 주류는 롬 카트리지로 재믹스를 비롯한 겜보미나 컴보이나 슈퍼콤 등의 소프트웨어가 모두 이 종류에 속하며 PC엔진 셔틀을 제외한 PC엔진에서는 CD 롬의 사용이 가능하다. 한편 PC용 게임에서는 디스켓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FM TOWMS처럼 CD ROM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있다. CD ROM은 광기억의 첨단 기록매체로써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것을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 CD I가 있다. CD I의 외형은 CD 롬과 같지만 CD 롬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기록된 데이터의 내용을 세밀히 결정하고 있는 세계통일 규격이라는 점이다. 즉 CD ROM과 마찬가지로 그림이나 사운드나 문자 등의 정보를 기록할 수 있지만 CD ROM처럼 PC마다 사양이 달라 호환성 부족이라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CD ROM미 PC의 주변기기라는 인식이 있는데 반해 CD I는 CD나 레이저 디스플레이처럼 가정에 보급하기 쉬운 시스템이다. 더구나 CD I가 갖고 있는 기능은 PC 바로 그것으로 PC의 기능을 가정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와 공통되는 점일 것이다.
CD I의 데이터 용량은 600 메가바이트로 4메가 비트 롬 카트리지에 비해 약 1200배에 해당한다. 따라서 게임 프로그램뿐 아니라 고화질의 비디오 화면이나 CD와 같은 음질의 음 등을 기록할 수 있다. 게다가 CD I는 키보드가 아닌 마우스나 조이스틱을 사용함으로써 롤플레잉이나 어드벤처게임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러한 CD I는 미국의 경우 금년 말까지 플레이어와 소프트웨어가 판매될 예정이며 일본에서는 소니나 파나소닉이나 샤프 혹은 후지쯔나 산요 등이 시제품을 내놓고 있어 머지않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해외의 선진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에 도입하거나 독자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려고 했던 시도들이 있었기에 나중에 우리나라에 개발자들에게 큰 영감과 경험을 주었을 것입니다. 불변의 진리 중 하나인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계속 시도해 보고 개발해 봤기 때문에 나중에 더 좋은 것을 만들 수 있었을 것입니다.